영상 번역가, 특히 영어 영상 번역가는 절대적으로 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해서, 여러분이 번역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번역의 세계에 발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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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속 확장하는 OTT
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경험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넷플릭스에서 <프렌즈>라는 작품을 시청 중이었다고 하자. 어느 날 갑자기, 분명 시청 중이던 <프렌즈>가 넷플릭스에서 종적을 감춰버려 더는 볼 수 없게 되어버린 경험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디즈니에서 작품 목록을 보던 중 떡하니 <프렌즈>가 디즈니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OTT 플랫폼에서 작품을 제공할 때는, 해당 작품의 제작사에 돈을 지불하고 우리 플랫폼에서 해당 작품을 일정 기간 방영하겠다고 거래를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프렌즈>를 넷플릭스에서 2년치의 대금을 지불했다면 2년간 해당 작품을 제공한 뒤 플랫폼에서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 뒤 왓챠에서 3년의 계약 기간에 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프렌즈>를 구매한다면, 마찬가지 왓챠에서 3년 동안 <프렌즈>를 제공한 뒤 내려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영상은 여러 플랫폼을 계속 돌고 도는데, 이때 중요한 건, 플랫폼을 거칠 때마다 해당 작품을 번역한 번역 작가는 매번 다르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품은 여러 플랫폼을 거치며 시청자를 만날 텐데, 새로운 작품은 계속 생겨나고, 특히 OTT 플랫폼 역시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굉장한 메리트이다.
영상의 언어는 출판의 언어에 비해 방영 당시의 언어적 색깔을 훨씬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에 매번 번역가가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인데, 영상 속의 대사를 너무 구시대적인 어휘와 표현으로 옮긴다면 시청자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시대극이라거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혹자는 OTT 산업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앞으로 2027년까지는 20% 이상 확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특히 영상 ‘번역가’의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체감하는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2. 영상 번역-중역
영상 번역가, 특히 영어 영상 번역가에게 일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제3국 작품의 재번역, 바로 ‘중역’ 때문이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회사원은 몇 명이나 되는가?
아마 거의 대부분의 지인이 회사원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알고 지내는 번역가는 몇 명이나 되는가?
평생 한 명도 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영어와 국어를 능수능란하게 하면서 동시에 자막 작업까지 할 줄 아는 사람도 드문데, 하물며 제3국의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하면서 자막 작업까지 할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제3국의 영상은 먼저 영어로 번역이 된 후에, 영어 번역가에게 전달이 된다.
이것이 바로 ‘중역’이다.
여러분이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는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등의 작품은 대부분 영어 영상 번역가가 작업한 작품일 확률이 높다.
그나마 일본어나 중국어는 잘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본과 중국 작품 역시 영어 영상 번역가가 작업하는 경우가 흔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들이 자막 작업까지 할 줄 아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생각보다 중역 작업이 자주 들어온다.
내 경우에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외에 능숙하게 소통 가능한 언어는 없지만,
미국, 영국 등 영어권 국가의 작품과 일본 작품 외에도 중국, 인도, 스페인, 아르헨티나, 프랑스, 아이슬란드, 이집트 등 정말 다양한 국가의 작품을 번역하였다.
이것이 영어 영상 번역가에게는 큰 장점이면서도
제3국의 외국어를 영어로 번역해, 다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다 보니 정확한 의미 전달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단점도 있다.
3. AI의 등장, 사람의 언어 능력 더욱 중요
AI 번역의 한계에 대해 이미 글을 올린 바 있으나,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인공 지능의 번역, 특히 영상 언어를 번역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얼마 전, 네이버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인공 지는 대화 프로그램인 ‘CUE’에게 물어봤더니
영상 번역가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AI의 번역은 글의 사전적 의미만을 옮기기 때문에 문맥 파악및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한계점 등이 있다고 고백(?)하였다.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CUE에게 물었더니 답변이 바뀌어 있었다.
기계 번역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번역가가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답변을 하였는데, 불과 며칠 만에 답변을 번복하다니 존재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함인 것일까.
어쨌든 나의 생각은, 그리고 관련 업계 사람들의 견해는 전자와 같다.
앞서 AI 번역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예시를 들었던 것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AI의 번역보다 사람의 번역을 택할 것이다.
‘둘 중에 기왕이면 사람의 번역’이 아니라 기계 번역의 수준은 퀄리티 면에서 너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