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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 Q&A

By 2023년 10월 04일1월 19th, 2024No Comments

번역가가 되려면 영어를 정말 잘해야 할까? 넷플릭스에 지원서를 내면 될까?
번역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1. 번역가가 되려면 원어민 수준이어야 한다

처음 만나는 이와 인사를 나누며, 직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듣는 소리가 있다.

“와! 영어 진~짜 잘하시겠네요!”

그럼 나 역시 항상 하는 대답이 있다.

“영어 진~짜 잘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는 겸손이기도 하고, 상당 부분은 사실이다?
물론 영어 문맥을 파악하고 독해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난 스피킹과 영작 실력은 생존 영어 수준이며, 리스닝은 살아가는 데 문제는 있지만 심각한 문제 정도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번역가는 통역가와 다르다.

통역은 즉석에서 영어를 한국어로, 다시 한국어를 영어로 자유롭게, 하지만 동시에 유창하면서도 정확하게 옮겨야 하지만 번역가는 검색 능력만 있으면 된다.
나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영어 실력은 퇴보하고 있다. 검색에 의존하게 된 탓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국어 실력이다. (영한 번역의 경우)
영어를 이해했다면 그걸 맛깔나게 도착어로 풀어내야 결과적으로 좋은 퀄리티의 번역이 탄생한다.
이때 필력만 화려해서는 안 된다.
번역가 데뷔를 준비하는 이들이 생각 외로 힘들어 하는 것은 바로 맞춤법이다.

평생 한국에서 살아온 한국인인데, 국어가 무슨 문제겠냐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맞춤법은 물론이고, 잘못된 어휘와 표현의 사용 및 비문이 난무하다.

그래서, 번역가에게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욱 중요하다.

영어는 기본기만 탄탄하다면 검색 실력과 꾸준한 공부로 커버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_영자 신문 구독>

2. 드라마 전편을 한 명이 번역한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대부분의 시리즈물은 번역가 한 명이 번역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업이 시리즈물이다.
드라마도, 애니메이션도, 다큐멘터리도 단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에피소드가 존재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과거 TV에서 방영하던 외화는 번역가 한 명이 모두 번역하는 게 가능했다.
일주일에 2편, 3편, 혹은 1편.
편성표에 따라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번역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OTT의 등장으로 이제 한 명의 번역가가 전편을 번역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한날한시에 전 시즌의 서비스를 오픈하는 OTT 특성상,
번역가 한 명이 수십편의 영상을 번역한다는 건, 먹지도, 자지도, 싸지도 말라는 뜻이다.
아니, 그런다고 해도 못 할 분량이다.

그럼 어떤 식으로 번역하느냐.

작가 A작가 B작가 C
Ep. 1Ep. 2Ep. 3
Ep. 4Ep. 5Ep. 6


1편은 A가, 2편은 B가, 3편은 C가, 4편은 다시 A, 5편은 B… 이런 식으로 여러 명의 번역가가 투입되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한 편을 여러 명이 나눠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작품을 여러 명이 나눠 번역하는 것이다.

작업 방식은 업체마다 가지각색이지만, 팀 작업을 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여러분도 시리즈물을 시청하다 보면,
앞에서는 톰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탐이라고 한다거나
반말하던 사이였는데 돌연 존댓말을 한다거나
말투에 있어서 차이를 느끼는 등의
통일성이 어긋난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오류다.
모든 팀원이 똑같은 말투를 구사한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용어나 존반 관계에 있어서 차이가 발생하는 건 변명의 여지 없는 명백한 오류인 것이다.

여러 번역가가 투입되어 번역하는 만큼, 번역 작업에 있어서 통일성이 작업 전반의 퀄리티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편성표에 따라 작업하는 지상파나 케이블 등은 여전히 한 명이 작업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수한 경우 OTT에 제공되는 영상 역시 혼자 작업하는 게 가능할 때도 있다.
나 역시 지상파/케이블에 방영되는 작품을 전편 작업한 적이 있으며
OTT 작업 역시 스케줄이 여유 있으면서 에피소드가 많지 않은 작품의 경우 혼자 전편을 작업할 때도 있다.

3. 넷플릭스/ 디즈니와 계약

<넷플릭스_OTT 플랫폼>

가끔 내게 넷플릭스와 일하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넷플릭스에 제공되는 영상을 번역하지만, 그렇다고 넷플릭스와 일한다고 할 수는 없다.
넷플릭스는 작가 개인과 계약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 번역 프로덕션과 계약을 통해 작업을 전달하고, 해당 프로덕션이 당사에 소속된 작가에게 다시 번역 작업을 배포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회사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디즈니플러스_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일하면 디즈니 작업은 받을 수 없는 건가요?”

나는 넷플릭스 작품도 하고 디즈니 작품도 하며, 아마존프라임과 왓챠, 쿠팡플레이, 케이블, 지상파 등등 모든 매체와 서비스의 작업을 번역한다.

영상 번역가는 프리랜서다.

프로덕션도 한군데만 계약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일을 받는다.
프로덕션 역시 내가 어떤 업체와 어떤 작업을 하는지 물어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궁금하긴 할 것도 같고…)

심지어 NDA(Non-Disclosure Agreement, 비밀 유지 계약) 조건 때문에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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