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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번역(기계 번역)의 한계 3가지

By 2023년 09월 23일1월 19th, 2024No Comments

AI 번역기 및 Chat GPT의 등장으로 요즘 인공지능 번역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혹자는 번역가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하지만 정말일까요?
저는 AI가 영상 언어를 번역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얘기해 볼게요!

1. AI는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여러분이 어떤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접근하려 할 때, 로봇이 아님을(기계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이미지 중 횡단보도가 보이는 사진을 고르라는 등의 테스트를 받은 적, 다들 있으시죠?

이런 테스트를 거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기계는 이미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상 번역은 단순히 글자를 옮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인물의 표정과 억양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상황까지 녹여내야 하는 작업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현 인공지능 기술로 기계가 영상의 언어를 번역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똑같은 “I’m fine.”도 상황과 표정에 따라 다양한 번역으로 탄생할 수 있겠죠!

영상의 언어, 즉 실제 사람의 표정과 감정, 상황과 분위기까지 파악하고 대처하는 기계가 등장하는 건 가까운 미래에는 무리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솔직한 마음으로 그런 기술의 발달은 편리함에 대한 기대보다는 공포스럽다고 느껴집니다.

2. 영상 언어는 말장난이 많다

영상 번역은 크게 영상 번역과 출판 번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출판 번역은 비교적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며 영상에 비해 문맥 파악이 용이해 어느 정도 기계 번역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non-fiction에서나 가능할 뿐, 은유와 비유적 표현이 많은 소설로 넘어가게 되면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말맛을 살리는 것도 쉽지 않죠.
그런데 영상 언어는 출판 언어에 비해 훨씬 친절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문장을 구사하지 않거나 문맥 유추가 어렵고 말장난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죠.

예를 들어, 한 제트 스키 회사의 광고 문구를 보겠습니다.

“Sea-doo WAKE 170
Made to make the most of the wake!”

먼저 파파고에게 물어 봤습니다.

구글 번역기에게도 물어 봤습니다.

파파고는 갑자기 ‘운’을 운운하고 있고, 구글은 wake를 번역하기를 포기했네요.
어쨌든 둘 다 원문의 의미는 둘째 치고, 번역된 문장 자체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같은 문장을 번역 아카데미 수강생들에게 시켜 보았어요.

수강생 1: 최고의 수상 레저를 위한 최적의 선택!
“Sea-doo가 제트 스키 회사이며 WAKE 170이 제트 스키의 모델명이라는 것을 조사하고, 광고 문구임을 고려해 make, wake 등의 라임을 살릴 수 있도록 ‘최고, 최적’이라는 어휘를 사용해 문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수강생 2: 물살을 가르는 물 위의 최강자!
“make/wake의 라임을 살리기 위해 ‘물’살을 가르는 ‘물’ 위의 최강자로 표현했습니다.”

수강생 3: 처음 맛보는 물보라의 짜릿함!
“라임을 살리기가 어려워 과감히 라임을 포기하고 원문이 강조하고 있는 바를 광고 문구에 최대한 살리기 위해 ‘물보라의 짜릿함’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Sea-doo가 회사 이름이며 WAKE 170은 모델명이라는 것, 그리고 해당 문장이 광고 문구하는 것까지 캐치한 후, wake가 명사로 활용됐을 때 정확한 의미 파악, 그리고 라임을 살린 번역과 맛깔나는 표현까지!

어떤가요?
여러분이라면 AI가 번역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실 것 같나요?

AI 번역과 사람이 만든 문장은 비교 불가입니다.

3. 우리 말의 맛을 살릴 수 없다

외국인이 한국말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할 때 항상 등장하는 것이,
노랗다/ 누렇다/ 누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등 다양한 표현력과 단어의 미묘한 차이인데요.
그 외에도 중요한 특징은 존댓말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번역을 할 때, 등장 인물들 간에 존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인데요.
존반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같은 존댓말이어도 해요체, 합쇼체, 하오체 등 어떤 어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굉장히 고민하고 공들여 작업하는 부분입니다.

대충 친해 보여서 반말로 하고, 그렇게 가까운 것 같지 않아 존댓말로 설정했다가 나중에 인물 관계가 복잡해졌을 때,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리는 수가 있거든요.

캐릭터의 성격과 인물 관계까지 고려한 세심한 번역을 AI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게다가 he, she, you, they, it 등 다양한 대명사가 등장했을 때, 과연 그것이 지시하고 있는 대상이 누구이며 무엇인지 기계가 파악할 수 있을까요?
정확한 번역도 불가하거니와 그 대상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으니 존반 통일성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번역 자체에 오류가 생기기도 합니다.

원문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번역하는 출판 번역은 원작자의 의도와 문체를 해치지 않도록 번역가의 존재감을 숨기며 번역하지만 영상 번역은 번역가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며 작업하는 분야입니다.
그러하기에 출판은 어느 정도 AI 번역의 힘을 빌릴 수 있다고 한 것인데요.
하지만 출판이든 영상이든 인공 지능의 힘을 빌렸더라도 결국 사람의 감수를 거쳐야만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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